콜버그(L. Kohlberg)의 도덕성 발달이론은 도덕성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이자, 각종 시험과 학술 연구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지는 핵심 이론입니다. 콜버그는 단순히 무엇이 착한 행동인가를 묻지 않았습니다. 인지 발달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논리 구조(생각의 깊이)'가 어떻게 진화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1. 하인즈 딜레마 (Heinz Dilemma)
유럽의 한 부인이 특수한 암에 걸려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동네의 한 약사가 마침 치료약을 개발했지만, 약사는 약을 만드는 데 든 비용의 10배인 2,000달러(약 260만 원)를 요구했습니다.
남편인 하인즈는 사방으로 돈을 구해보았지만 절반인 1,000달러밖에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하인즈는 약사를 찾아가 아내가 죽어가니 약 값을 깎아주거나 외상으로 달라고 간청했지만, 약사는 "내가 개발한 약이니 내가 돈을 벌어야 하오"라며 거절했습니다. 절망한 하인즈는 결국 그날 밤 약국을 부수고 들어가 아내를 위해 약을 훔쳤습니다.
콜버그는 아이부터 성인까지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두 가지를 물었습니다.
질문1 : "하인즈가 약을 훔친 것은 옳은가, 그른가?"
질문2 :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이유)"
콜버그는 '훔쳤다/안 훔쳤다'라는 대답이 아니라, 그 대답을 이끌어낸 '추론의 근거(이유)'를 보고 단계를 나누었습니다.
2.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 3수준 6단계
1) 인습 이전 수준 (Pre-conventional Level)
사회의 규칙이나 규범이 무엇인지 아직 깊이 이해하지 못합니다. 오직 자기 중심적이며, 나에게 오는 신체적 처벌을 피하거나 이익을 얻는 것이 유일한 판단 기준입니다. (주로 9세 이하의 아동이나 범죄자들에게서 나타남)
1단계 : 처벌과 복종 지향 (Punishment and Obedience)
"벌을 받으면 나쁜 짓, 벌을 안 받으면 착한 짓." 권력자의 힘에 무조건 복종합니다.
- 훔쳐야 한다 : "안 훔치면 아내를 죽게 내버려 뒀다고 사회나 가족에게 큰 비난(벌)을 받을 거예요."
- 훔치면 안 된다 : "약을 훔치면 결국 경찰에 잡혀서 감옥에 가고 매를 맞을 테니 절대 안 돼요."
2단계 : 욕구충족 및 도구적 상대주의 지향 (Individualism and Exchange)
"나에게 이익이 되거나 내 욕구를 채워주면 선(善)이다." 타인과의 관계는 철저히 주고받는 셈법(도구적 관계)에 따릅니다.
- 훔쳐야 한다 : "아내가 살아야 나중에 나를 돕고 밥도 해줄 테니 훔치는 게 이득이에요. 약사도 돈만 밝히니 나도 내 이익을 챙겨야죠."
- 훔치면 안 된다 : "감옥에 갇혀서 고생하는 것보다 아내가 없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내 손해가 더 크니까 안 훔쳐요."
2) 인습 수준 (Conventional Level)
'인습(Conventional)'이란 사회적 관습과 규칙을 뜻합니다. 이제 자기를 넘어 가족, 집단, 사회,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소중히 여깁니다. 대다수의 청소년과 성인이 이 수준에 머무릅니다.
3단계 : 착한 소년/소녀 지향 (Good Interpersonal Relationships)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고, 인정받는 행동이 선(善)이다." 타인의 시선과 대인관계의 조화를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동기나 의도를 참작하기 시작함)
- 훔쳐야 한다 : "사랑하는 아내를 구하려 한 행동이니 주변 사람들도 ' 다정한 남편'이라며 이해해 줄 거예요."
- 훔치면 안 된다 : "약을 훔치면 온 동네에 '도둑놈 가족'이라고 소문이 나서 가족들이 고개를 못 들고 다녀요."
4단계 : 법과 질서 유지 지향 (Authority and Social-Order Maintaining)
"법은 사회를 지탱하는 약속이므로 어떤 예외도 없이 무조건 지켜야 한다." 개인의 사정보다 사회 전체의 질서와 제도가 우선입니다. (현대 시민 사회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단계)
- 훔쳐야 한다 : "결혼할 때 아내를 지키겠다고 서약(법적·사회적 의무)을 했으니 의무를 다하기 위해 훔쳐야 합니다. 단, 나중에 벌은 달게 받아야 합니다."
- 훔치면 안 된다 : "아무리 사정이 딱해도 모두가 자기 사정 봐가며 법을 어기면 사회는 무법천지가 되고 붕괴할 것입니다."
3) 인습 이후 수준 (Post-conventional Level)
국가의 법이나 제도를 넘어서는 인류 보편적인 가치와 양심을 바탕으로 스스로 도덕적 기준을 정립합니다. 법이 잘못되었다면 고칠 수도 있다고 보는 단계로, 성인 중에서도 일부만 이 도달합니다.
5단계 : 사회계약 지향 (Social Contract and Individual Rights)
"법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인간의 행복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계약)'한 수단일 뿐이다." 법이 다수의 이익이나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수정될 수 있다고 봅니다.
- 훔쳐야 한다 : "인간의 '생명권'은 약사의 '재산권'보다 상위의 가치입니다. 현재 법이 생명을 구하지 못한다면, 일단 생명을 구하고 나서 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 훔치면 안 된다 : "하인즈의 사정은 딱하지만, 사회적 합의(법)를 무시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정당화하면 법의 존엄성이 상실됩니다."
6단계 : 보편적 윤리 원칙 지향 (Universal Ethical Principles)
"법을 초월한 인간의 존엄성, 정의, 평등이라는 보편적 양심이 나의 최종 기준이다." 법과 대치되더라도 자신의 내면적 신념에 따라 행동하며, 그에 따른 불이익도 기꺼이 감수합니다. (성인 중 1% 미만, 성인(聖人)의 경지)
- 훔쳐야 한다 : "하나의 생명을 구하는 일은 그 어떤 법률, 재산권, 제도보다 절대 가치를 가집니다. 생명 앞에서는 도둑질이라는 개념조차 무의미해집니다."
- 훔치면 안 된다 : "생명은 소중하지만, 목적이 수단(범죄)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모두가 자신의 신념만을 절대 가치로 삼는다면 진정한 정의는 실현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