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칼럼 [헬스경향] 병원에서 지역사회로…“초고령사회 의료-돌봄 이으려면 다학제적 접근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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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쇠·근감소증 환자중심 다면적·다학제 통합의료 정책공청회’ 개최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새로운 의료모델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노쇠와 근감소증환자를 대상으로 살펴본 다학제 기반 통합의료 모델이 한자리에서 집중 조명됐다.
23일 국회의원회관 제7 간담회의실에서는 한지아 의원실이 주최하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연구사업단(이하 PACEN)이 주관하는 ‘노쇠·근감소증 환자중심 다면적·다학제 통합의료 정책공청회’가 열렸다.
노년기에는 신체·정신적으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 복합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여러 측면에서 환자를 평가하는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노인은 만성질환과 복합기능 문제로 인해 노쇠와 근감소증으로 이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그간 PACEN의 지원 아래 이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다학제 기반의 통합의료 모델 연구가 지속돼 왔다.
이번 공청회는 그간의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한편 노인 환자를 위한 다학제 통합적 관리체계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제도적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이다.
공청회를 주최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의원(국민의힘)은 영상 축사를 통해 “초고령사회는 단순히 인구구조 변화가 아닌 의료와 복지, 돌봄체계 전반에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대적 전환점으로 봐야 한다”이라며 “이번 자리를 통해 고령환자의 삶을 책임있게 돌보고 관리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만들어나갈 수 있길 기대하며 국회에서도 고령환자를 위한 통합의료 모델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입법적·정책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PACEN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재태 원장은 “고령환자의 건강관리는 삶의 질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단순 질병 치료에 그치지 않고 예방, 재활, 돌봄을 아우르는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국민 보건의료현장의 문제 해결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 마련에 앞으로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축사를 전했다.
PACEN은 의료기술의 임상적 효과성과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국민 건강 증진을 목표로 하는 국가지원 공익적 임상연구사업이다. 사업단은 그간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를 위해 의료적 사회적 주요 의제에 대한 연구사업을 추진해왔다.
PACEN 허대석 사업단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를 위해 사업단이 추진해온 연구사업의 성과와 그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허대석 사업단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병원에서의 질병 치료 중심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하며 “초고령사회에는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의 돌봄 부분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까지 기술을 중심으로 의료가 발전해왔다면 이제는 가치기반 중심의 의료로 나아가야 하며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의료진과 환자, 가족이 함께 논의하는 수평적인 방향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날 공청회에선 사업단의 지원 아래 연구를 주도한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 교수진들의 발표도 차례로 진행됐다.
먼저 ‘급성기 인원 노쇠 노인환자에서 노인포괄평가 기반 다학제팀 의료’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노인병내과 김광일 교수는 실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내과, 재활의학과, 약제, 영양, 간호, 의료사회복지 등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해 운영 중인 다학제 팀 의료시스템을 소개하며 입원 초기부터 퇴원 후까지 전 주기적 관리를 수행하는 임상연구 ‘COMPASS’에 대해 설명했다.
국내에는 급성기 입원환자를 전담할 수 있는 노인 전문 의료인력이 부족한 데다 포괄적 평가 기반의 다학제 진료 수행경험이 많지 않다. 또 노인포괄평가 기반 다학제 팀 의료 적용모델 간 효용성 차이가 존재해 실제 효용성이 있는지 근거 창출을 위한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 아래 시작된 COMPASS 연구는 급성기질환으로 입원한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포괄적 노인의료평가와 다면적 중재의 임상적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국내 7개 의료기관에서 총 1040명의 환자를 등록한 다기관 연구이며 내년 초 최종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김광일 교수는 “고령 입원환자에게 흔히 동반되는 복합건강문제(기능저하, 인지장애, 섭식불량, 낙상위험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인포괄평가 기반의 다학제 접근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돌봄서비스와 연계 가능한 병원기반 모델이 확립되면 노인환자들이 급성기 치료를 잘 마치고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오래 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근감소증 관심 밖…인식 높이고 맞춤관리 필요"
재활의학과 임재영 교수는 ‘근감소증 노인환자를 위한 다학제 운동·영양 복합 중재’를 주제로 발표했다.
근감소증은 근육량이 감소하고 신체기능이 저하되는 상태로 근골격계질환은 물론 호흡기질환, 신장질환, 암성질환 등 전신질환과 연관이 깊다. 하지만 아직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없어 현재로선 영양, 운동 등 생활관리가 최선이다.
임재영 교수는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 ‘MENTORS’ 프로그램의 임상 성과를 공유했다. 이 프로그램은 급성기 고관절 골절, 만성기 당뇨병, 암 등 다양한 임상 상황에 맞춰 운동과 영양을 결합한 맞춤형 복합중재 모델로 운동과 영양을 결합한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기능수준, 질병시기, 영양결핍 정도에 따라 단계별 개입 중재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운동 및 영양 중재가 근감소증 예방·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근감소증 시기와 중증도에 맞는 관리가 필요하며 이러한 맞춤관리가 이뤄졌을 때 노인환자의 이해와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5개 병원에서 수행된 임상시험 결과 MENTORS 프로그램으로 24주간 치료를 받은 참여자들은 대조군 대비 근기능 지표(5회 의자 일어나기 검사 등)에서 유의미한 향상을 보였으며 치료 순응도가 높을수록 효과도 더욱 뚜렷했다.
임재영 교수는 “MENTORS 프로그램은 의사, 영양사, 재활치료사 등 다양한 직역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만든 맞춤형 중재 모델로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가 가능한 구조로 설계됐다”며 “이번 공청회를 계기로 근감소증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의 인식을 높이고 다학제적 접근 기반의 운동과 영양 중재 모델이 의료현장에 실질적으로 적용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연계방안 고민 필요, 부족한 의료인력은 한계"
패널 토론에선 보다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대한노인재활의학회 김창환 회장(인하의대 재활의학과 교수)은 ”여전히 병원 중심에 머물고 있는 현실에 다학제 접근을 기반으로 한 통합의료를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근감소증은 관심 밖에 있어 의료현장의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차원의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일반 국민의 생각은 조금 차이가 있었다.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은 ”다학제 기반의 통합진료가 꼭 노년기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미 질병이 발생한 환자뿐 아니라 질병이 발생하기 전의 환자들을 어떻게 발굴해낼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역사회 전문가들이 적재적소에 활용될 때 통합의료의 의미가 있는 만큼 이들을 어떻게 잘 연계할 수 있을지, 지역별 인력 편차는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선 의료 인력 부족문제도 언급됐다. 현재 병원에서 시행 중인 다학제 진료에 있어서도 여러 상황으로 인해 의료진 모두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다는 것. 기본적으로 다학제 간 협력이 이뤄지려면 의료 인력이 풍부해야 하며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이다.
출처 : 헬스경향(http://www.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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