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칼럼 [복지타임즈] 정년 연장 사회복지분야도 준비해야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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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의 2023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72년에는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45.8%로 크게 감소하는 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47.7%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건강수명(2021년 기준 70.5~72.5세)과 기대수명(2023년 기준83.5~84.6세)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만 60세 정년제 하에서는 많은 근로자들이 충분한 노후 준비 없이 노동시장을 떠나야 하며, 이에 따라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어,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년 이후에도 노동시장에 잔류하는 현실
정년퇴직 이후 가장 큰 문제는 주된 소득원의 상실이다. 정부는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국민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2033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행 60세 정년제도 하에서는 은퇴 후 약 5년간 소득 공백기가 발생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실질 은퇴 연령은 2022년 기준 72.3세로, 공식 정년보다 12년가량 늦다. 이는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이후에도 상당수 고령자가 생계 유지를 위해 노동시장에 잔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OECD 평균 실제 은퇴 연령은 64.5세로 한국보다 7.8세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37.6~40%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아, 우리나라 노년층이 선진국에 비해 더 오랜 기간 노동시장에 머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현실은 정년 연장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정년 연장 논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행정안전부 공무직 등에 관한 운영규정’을 통해 공무직 정년을 원칙적으로 60세로 하되, 별도 심사를 거쳐 최대 65세까지 연장했다. 대구광역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본청과 산하 사업소의 공무직 근로자에 대해 정년을 최대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합의를 진행 중이다. 주된 이유는 국민연금 개시 연령 변화에 따른 소득 공백의 최소화였다.
민간기업에서는 임단협을 통해 정년을 62세로 연장하거나, 정년을 63세로 연장한 뒤 이후 촉탁직으로 계속 근무하는 방식, 현장기술직을 대상으로 ‘숙련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는 방식, 정년퇴직자의 70%를 재고용하는 ‘고용 연장형’ 제도 운영, 퇴직 후 사내 교수 또는 기술 자문으로 3년간 재고용하는 형태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민간의 정년 연장은 정년 자체를 연장하는 사례는 많지 않고, 정년은 그대로 인정하되 정년퇴직 이후 재고용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점, 대법원이 사람의 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한 판결(대법원 2019.2.21. 선고 2018다248909)을 내린 점, OECD에서 정년 연장을 권고한 점, 행정안전부 등에서 공무직 정년을 65세로 상향한 점을 고려하여 고령 근로자의 생존권과 인간다운 생활 권리 보장을 위해 국무총리와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제22대 국회는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11건을 발의해 놓고 있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 연장, 둘 이상의 자녀가 있는 경우 정년 연장 등 세부적인 차이는 있으나, 근로자의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며, 정년 연장에 따라 사업주에게 부담이 발생하는 것을 경감하기 위해 사업주에 대한 자문, 장려금 지원과 같은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정년을 연장하거나 연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로 연장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사회복지분야, 정년 연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 필요성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시설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고령화에 따른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2024년 사회복지시설 관리안내’ 개정을 통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연령을 확대하고자 했다. 그러나 각계의 다양한 의견으로 합일점을 찾지 못해 현행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처럼 단순히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연령을 상향하는 것조차 합의를 이루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더욱 복잡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사회복지분야에서의 정년 연장은 인력 부족, 전문성 유지, 운영주체 부담 증가, 세대 간 갈등, 기본권 보장 등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인력 부족 심화와 전문성 제고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응한 새로운 사회복지서비스의 수요가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복지서비스의 양적 확대와 고령화에 따른 사회복지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인구변화 대응 돌봄 서비스 활성화 전략’ 정책토론회에서는 사회복지 서비스업의 노동력 부족을 2026년 39만 명, 2031년 58만 명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산업 간 인력 대체율을 50%로 가정한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2031년 29만 명의 노동력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사회복지현장에서는 종사자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한다. 특히 비수도권에서의 인력난이 더욱 심각하다. 보건복지부가 의뢰한 ‘인구변화의 주요 부문별 전망과 대응 방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비수도권은 인구 고령화로 노동력 자체가 줄어드는 동시에 돌봄 수요는 증가하기 때문에, 2042년에는 부산 10만7000명, 대구 7만5000명, 강원 6만1000명, 광주 4만1000명의 보건·사회서비스업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기준 사회복지종사자의 연령분포를 보면 20~30대의 비중은 22%에 불과하고, 40~50대의 비중은 34%에 달한다. 인력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젊은 층의 사회복지분야 신규 진입은 줄고, 고령자 비중이 가속화되고 있는 사회복지 현장의 인력 구조상 고연령 종사자가 은퇴하면 인력 부족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서비스는 휴먼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므로 종사자의 전문성이 매우 중요하다. 고도의 서비스 제공 능력을 가진 고령자들이 연령상의 이유로 은퇴한다면, 사회복지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사회복지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년 연장에 대해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운영주체 부담 증가
사회복지시설 운영은 비영리사업으로, 대다수 비영리법인이 운영하고 있다. 비영리법인 특성 상 출연재산 외에 특별한 수익구조가 없어 시설 운영에 필요한 재원은 보조금과 후원금이 주를 이룬다.
종사자에 대한 임금 지급 책임은 고용주체인 비영리법인에게 있으나, 보조금으로 지급할 수있는 연령 상한이 현행과 같이 60세로 유지된다면, 정년 연장으로 추가되는 비용을 전적으로 운영주체가 부담해야 한다. 2024년에 시도한 바와 같이 보조금 지급 연령 상향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정년 연장에 비례하여 보조금 지급 연령도 상향되어야 할 것이다.
이해당사자 간의 입장차
사회복지분야의 보조금 연령 상향 사례에서 보듯이, 직급 간·세대 간의 온도차는 매우 크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정년 연장이라는 큰 틀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연령에 국한된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큰 틀에서 정년 연장은 어느 직급에서나 동일하게 적용되기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세대 간 입장차는 분명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정년 연장으로 신규 인력 수요가 급감하거나, 고령층 증가로 젊은 세대의 업무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 또한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다. 지금까지는 사회복지분야에서 정년이 연장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시작조차 되지 못한 상태이다. 국내외 사례를 보더라도 정년 연장의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순수하게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는 형태, 60세까지 근무하고 65세까지 재고용하는 형태, 직무에 기반한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직무급 형태, 정년 직전 일정 기간 임금 일부를 삭감하는 임금피크제 형태 등 다양한 방법론이 존재한다. 정년 연장의 문제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사회복지분야도 정년 연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입법이 우선되어야
인구 고령화와 생산연령인구 감소 등으로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연장에 따른 소득원 상실 등 국민의 생존권 측면에서도 정년 연장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복지분야에서의 정년 연장을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이나 전문성 제고라는 단기적 접근방법론으로 바라볼 문제는 아니다. 이미 보조금 지급 연령 상향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정년 연장은 산업분야별 문제가 아니라 범국가적 어젠다로 삼아야 하며, 정년 연장을 위한 입법체계를 갖추고 각 산업별로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입법체계 마련과 함께, 범정부적으로 고용지원금 상향 등 지원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다양한 이해당사자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사 및 시민사회의 심도 있는 논의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마침 이재명 대통령은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 연장 TF’를 구성하여 노·사 및 시민사회와의 논의를 진행하고, 올해 내로 입법을 추진하며, 범정부 지원체계 및 임금체계, 근로 시간 개선에 대한 ‘노사 자율합의’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고령자 고용지원금 상향 등 정부의 물적·인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시점에서 정년 연장 문제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어젠다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는 말처럼, 세부적인 내용에만 함몰되어 전체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배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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