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고
사회복지 인물, 이론, 정책, 용어사전, 단체, QnA에 대해 궁금하다면 웰페어치 포털(Welfarechi)
외부 칼럼 [한국일보 칼럼] 미성년자의 '동의'가 중요치 않은 이유
페이지 정보

본문
[김소리 법률사무소 물결 변호사] 우리 법은 13세 미만의 아동과, 폭행이나 협박 없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져도 강간으로 본다.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의 경우에도 성관계 상대방이 19세 이상이라면 마찬가지로 서로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강간으로 본다. 법이 이렇게 되어 있어도, 여전히 강제로 한 것도 아니고 '동의'가 있었는데 뭐가 문제냐, 오히려 해당 청소년이 '까진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최근 아동 성상품화 논란에 휩싸이며 방영이 취소된 15세 이하 여성 아동들의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 제작사는 당사자와 보호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호소한다. 어느 남성 연예인이 미성년자와 교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서로 좋아서 만났다면 뭐가 문제냐는 사람들이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나도 종종 이런 사건을 다룬다. 가해자는 보통 친구 사귀기 앱이나 오픈 채팅방 등을 통해 10대 청소년들에게 접근하여 친밀감을 쌓은 뒤 밖으로 불러내 성관계를 한다(주로 청소년들이 출입할 수 있는 룸카페를 이용한다). 보통은 부모가 우연히 자녀의 휴대폰을 보다가 범행 흔적을 발견하게 되면서 사건화되는데, 피해 아동 대부분은 처음에는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교제를 했다고 볼 수 없음에도 가해자인 성인과 '사귀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가해자 성인이 자신 때문에 피해를 입을까 봐 불안해하는 경우도 있다.
10대는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다. 남성 청소년뿐 아니라 여성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남성 청소년의 성적 호기심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면서도, 여성 청소년들의 성적 호기심은 금기시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 탓에, 피해 여성 청소년들은 자신이 성적인 무언가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며 피해자임에도 피해자라고 인지하기보다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피해 아동에 대한 편견은 수사기관이나 법원이라고 자유롭지 않다. 피해 아동에게 왜 이런 행동을 했냐고 훈계하는 경찰관, 성인 남성을 만나러 왜 나가느냐고 피해 아동을 질책하는 판사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입법취지를 "성적으로 미성숙한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특별히 보호하기 위한 것", "아직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하게 행사하기 어려운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을 부적절한 성적 자극이나 침해행위로부터 보호하여 건전하고 자율적인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 아동의 동의를 진정한 동의로 볼 수 없는 이유이자, 성적 호기심을 가진 아동 피해자가 잘못한 일이 아니라, 미성숙하고 성적 호기심이 있는 아동을 상대로 부적절한 성적 자극을 행한 성인 가해자들이 잘못한 일인 이유이다.
우리 어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 역시 미성년자의 동의 여부가 아니라, 그 아이가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일 것이다.
관련링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