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결정모형은 '국가나 조직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어떤 논리와 과정을 거쳐 대안을 선택하는가?'를 설명하는 이론들입니다.
이 모형들은 인간과 조직이 얼마나 '합리적'일 수 있는가, 그리고 현실적인 '정치적 상황'을 얼마나 반영하는가에 따라 크게 개인적(인간적) 차원의 모형과 집단적(조직적) 차원의 모형으로 나뉩니다.
1. 개인적 차원의 의사결정 모형
인간이 가진 정보 수집 능력과 판단력의 한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분류됩니다(합리성 논쟁).
1) 합리모형 (Rational Model)
- 학자 : 드로어(Dror) 외 고전경제학자들
- 개념 : 인간은 완벽한 이성과 합리성을 가졌다고 가정합니다.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모든 대안을 검토하여 비용 대비 효과가 극대화되는 '최적의 대안(Optimal Alternative)'을 찾아낸다는 모형입니다.
- 특징 : 현실성보다는 이상적인 규범을 제시합니다 (아래 이미지처럼 문제 인지부터 최선의 대안 선택까지 한 치의 오차 없이 단계적으로 진행된다고 봅니다).
2) 만족모형 (Satisficing Model)
- 학자 : 허버트 사이먼 (Herbert A. Simon), 마치 (March)
- 개념 : 인간의 이성은 완벽하지 않으며 시간과 비용도 부족합니다 (제한된 합리성, Bounded Rationality). 따라서 모든 대안이 아닌 몇 가지만 검토하다가, 주관적으로 '이만하면 만족스럽다'고 생각되는 대안을 선택합니다.
- 특징 : 심리학적 관점을 도입하여 현실의 인간을 가장 잘 설명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3) 점증모형 (Incremental Model)
- 학자 : 찰스 린드블롬 (Charles E. Lindblom), 윌다브스키 (Wildavsky)
- 개념 : 아무리 똑똑해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므로, '기존의 정책'에서 잘못된 부분을 조금씩만 수정·보완(Margin)하여 한 단계씩 나아가는 방식입니다.
- 특징 : 다원주의 사회에서 이해관계자 간의 정치적 타협과 합의를 중시합니다.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현실 정치에서 가장 많이 일어납니다.
4) 혼합모형 / 혼합주사모형 (Mixed-Scanning Model)
- 학자 : 아미타이 에치오니 (Amitai Etzioni)
- 개념 : 합리모형(전체 훑어보기) + 점증모형(기존 틀 유지)을 섞은 것입니다. 국가의 거시적인 기본 방향을 정할 때는 합리모형을 쓰고, 세부적인 예산이나 실천 방안을 짤 때는 점증모형을 씁니다.
- 특징 : 날씨를 볼 때 위성사진으로 큰 폭풍의 흐름을 본 뒤(합리), 비가 올 것 같은 지역만 망원경으로 자세히 관찰(점증)하는 것에 비유됩니다.
5) 최적모형 (Optimal Model)
- 학자 : 예헤즈켈 드로어 (Yehezkel Dror)
- 개념 : 합리모형의 지나친 이상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점증모형의 타성(현상 유지)도 비판합니다. 계량적 분석(합리성)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자의 직관, 영감, 판단력, 통찰력 같은 '초합리성($Super-rationality$)'이 결합해야 최적의 결정이 나온다고 봅니다.
2. 집단 및 조직적 차원의 의사결정 모형
개인이 아닌 '조직' 내부의 역학 관계와 갈등 속에서 정책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설명합니다.
6) 회사모형 / 연합모형 (Behavioral Model of the Firm)
- 학자 : 리차드 사이어트 (Richard Cyert), 제임스 마치 (James\ March)
- 개념 : 기업이나 대형 조직은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하위 부서들의 '연합체'입니다. 갈등이 완벽히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부서 간 타협을 통해 갈등의 준해결(불완전한 해결) 상태를 유지하며, 과거의 관행(SOP, 표준운영절차)에 의존해 결정합니다.
7) 쓰레기통모형 (Garbage Can Model)
- 학자 : 코엔 (Cohen), 마치 (March), 올센 (Olsen)
- 개념 : 대학교나 관료제처럼 목표도 모호하고 참여자도 유동적인 '조직화된 무정부 상태'에서 발생하는 모형입니다. 문제, 해결책, 참여자, 선택 기회라는 4가지 독립된 흐름이 '우연히' 한곳에 모여 뒤섞일 때 결정이 이루어집니다 (앞서 자세히 설명해 드린 모형입니다).
8) 앨리슨 모형 (Allison Models)
- 학자 : 그레이엄 앨리슨 (Graham T. Allison)
- 개념 :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분석하면서, 국가의 정책 결정을 설명하는 3가지 하위 모형을 제시했습니다.
- 모형 1 (합리적 행위자 모형) : 국가를 '하나의 단일한 인격체'로 보고, 국익을 위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봄 (합리모형의 조직 버전)
- 모형 2 (조직과정 모형) : 정부는 느슨하게 연결된 조직들의 집합이며, 미리 정해진 표준운영절차(SOP)에 따라 기계적으로 결정함 (회사모형의 정부 버전)
- 모형 3 (관료정치 모형) : 정부 내 핵심 관료들이 각자의 권력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정치적 흥정과 타협, 게임의 결과로 정책이 결정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