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학(특히 사회복지실천론이나 지역사회복지론)의 관점에서 시카고 학파(Chicago School)는 [현대적 지역사회복지 실천과 거시적 사회복지 조사의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20~1930년대 시카고 대학교 사회학과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 학파는, 당시 급격한 산업화와 이민자 유입으로 몸살을 앓던 시카고 도시 전체를 하나의 '실험실'로 삼아 연구했습니다. 이들의 접근법은 사회복지학에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왔습니다.
1. 패러다임의 전환
시카고 학파 이전의 초기 사회복지나 자선 활동은 가난, 범죄, 부적응 등의 문제를 '개인의 도덕적 결함'이나 '정신적 문제'로 보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시카고 학파는 인간 생태학(Human Ecology) 관점을 도입하여 완전히 다른 진단을 내렸습니다(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환경이다).
1) 환경 속의 인간 (PIE: Person-in-Environment) : 인간은 그가 살아가는 지역사회의 물리적·사회적 환경에 적응하거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을 규명했습니다.
2) 사회해체 이론 (Social Disorganization Theory) : 가난이나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슬럼 지역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본성이 악해서가 아니라,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지역사회의 전통적인 통제력과 지지 네트워크(이웃, 교회, 학교 등)가 해체되었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2. 도시 구조 분석
어네스트 버제스(Ernest Burgess)가 제안한 이 모델은 사회복지사들이 지역사회의 특성을 사정(Assessment)할 때 매우 유용한 지도를 제공했습니다(동심원 모델).
1) 제2지대 (점이지대/전이지대, Zone in Transition) : 중심 상업지구 바로 바깥쪽으로, 새로 유입된 이민자와 빈민들이 모여 살며 주거 환경이 가장 열악하고 사회해체 현상이 극심한 곳이었습니다.
2) 시카고 학파는 이 제2지대에서 범죄, 비행, 정신질환, 알코올 중독률이 지속적으로 높게 나타난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사람이 바뀌어도(이민자가 다른 인종으로 교체되어도) 이 지역의 범죄율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특정 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사회복지 자원 투입과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습니다.
3. 사회복지 실천 기법에 준 영향
1) 인보관 운동 (Settlement House Movement)과의 결합
시카고 학파 학자들은 당시 미국 사회복지관의 효시이자 토인비 홀과 쌍벽을 이루는 제인 애덤스(Jane Addams)의 '헐 하우스(Hull House)'와 긴밀하게 협력했습니다. 학자들은 현장에서 실천적인 조사를 수행했고, 사회복지사들은 이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이민자 교육, 아동 보육, 환경 개선 등 체계적인 지역사회 실천을 전개했습니다.
2) 질적 연구 및 현장 참여 관찰의 활성화
설문조사 같은 양적 연구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슬럼가에 들어가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인터뷰하는 참여 관찰(Participant Observation)과 개인 생애사 연구 기법을 발전시켰습니다. 이는 현대 사회복지조사론에서 클라이언트의 심층적인 목소리를 담아내는 '질적 연구방법론'의 뼈대가 되었습니다.
사회복지학에서 시카고 학파는 [클라이언트를 이해하려면 그가 발을 딛고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환경과 구조부터 분석해야 한다]는 거시적 안목을 선물한 학파입니다. 이들의 연구는 훗날 지역사회복지론의 '지역사회 개발 모델'이나 '사회행동 모델', 그리고 실천론의 '생태체계 관점'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