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의 성패는 선언문의 수사학이 아니라 집행부의 책무성 밀도에서 판가름 난다. 대전광역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 조례를 비롯한 지역 내 장애인 복지 규범 역시 오랜 시간 ‘인간다운 삶과 사회참여 촉진’이라는 숭고한 목적지를 적어놓았으나, 정작 그 길목을 밝히는 가로등의 전압은 고장 나 있다.
1. 선언의 문턱과 ‘임의규정’의 함정
현행 대전시 조례들의 고질적 병폐는 실천 담보 없는 임의규정(~할 수 있다)의 과잉이다. 예산 수반이나 인프라 확충, 민·관 협력 체계 구축 조항 대부분이 재정적 강제성 없이 행정적 재량에 위임되어 있다. 재정이 부족하다는 변명 뒤에서 조례는 권리보장법의 방패가 아니라 행정적 면책 서류로 변모한다. 조례가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노력하여야 한다’가 아니라 ‘시행계획을 수립·이행하고 재정을 우선 배분하여야 한다’는 강행규정으로의 전면적 리팩토링이 시급하다.
2. 13.5%의 유령화: 사각지대 상시 모니터링의 부재
전수조사 결과 대전 지역 등록 발달장애인의 적지 않은 비율이 복지서비스 이용선 바깥에 방치되어 있음이 드러났다. 이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신청하지 않은 자’를 체계적으로 추적·지원할 법적 근거와 상시 모니터링 체계가 조례 수준에서 공백으로 비어 있기 때문이다.
- 단발성 전수조사 이벤트에 치우치는 행정 관행
- 거부·거주불명 가구에 대한 지속 방문 및 사례관리(Case Management) 의무 누락
- 복지정보 접근 약자에 대한 능동적 아웃리치(Outreach) 근거 실종
3. 시급한 개정 4대 실행 과제
- 강행규정 전환 : 재정 지원 및 인프라 확충 조항의 ‘~할 수 있다’를 ‘~하여야 한다’로 개정.
- 상시 사각지대 발굴 체계 명문화 : 정례적 실태조사 및 행정·의료·교육망 연계 추적조사 절차 조례 신설.
- 성인기 전환기(Transition) 통합지원 법제화 : 학령기 이후 지역사회 정착·취업 연계 프로그램 의무화.
- 가족 소진 방지 및 긴급돌봄 연계 : 보호자 심리·정서지원 및 긴급돌봄센터 운영·재정 지원의 안정성 확보.
4. 조례는 예산의 지도다
조례는 행정의 ‘할 일 목록’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좌표계다. 대전시가 중추 도시로서 복지 체감도를 높이려면, 지금의 서술적 수사를 거두고 책임의 언어를 새겨 넣어야 한다. 예산이 뒤따르지 않는 권리는 비문(非文)이듯, 강제성이 없는 조례는 허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