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뉴스

빛 좋은 충남형 장애인 복지, ‘하드웨어’ 너머 ‘사람’을 보라

충청남도의 장애인 복지 행정은 최근 몇 년간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아왔다. 전국 최초로 주간 상시 보호와 단기 거주를 결합한 ‘장애인 복합형 보호시설’을 선보였고, 2026년 기준 장애인 복지 예산으로 무려 5,5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과감하게 투입했다.

2027년 개원을 목표로 추진 중인 ‘장애인가족 힐링센터’ 역시 지자체가 장애인 돌봄의 책임을 함께 짊어지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의 발로다. 수치와 타이틀만 보면 충남은 바야흐로 ‘장애인 복지 선진도(道)’의 반열에 오른 듯하다.
하지만 화려한 정책적 성과라는 ‘빛’의 이면에는 여전히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도정의 적극적인 행보가 무색하게도, 충남 도내 일부 시·군 지역에는 여전히 장애인 주간보호시설이 단 한 곳도 없는 복지 미설치 구역이 존재한다. 거주하는 시·군에 시설이 없어 매일 아침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거나, 기약 없는 대기 순번만 바라보며 피를 말리는 장애인 가족들에게 도의 ‘전국 최초’ 타이틀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발달장애인이나 최중증 장애인을 둔 가족에게 주간이용시설은 단순한 복지 서비스가 아니다. 시설이 아이를 안전하게 돌봐주는 하루 단 몇 시간이야말로, 부모가 비로소 숨을 쉬고, 경제 활동을 하며,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삶의 산소’ 그 자체다. 지역별 인프라 불균형은 곧 누군가의 생존권이 사는 동네에 따라 차별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 큰 문제는 어렵사리 문을 연 시설들마저 심각한 ‘동맥경화’를 앓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건물과 시설이라는 ‘하드웨어’를 지어 올리는 데는 수억 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정작 그 안에서 장애인을 돌볼 ‘소프트웨어’, 즉 사람과 운영을 위한 지원에는 인색하다.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낮게 책정된 인건비 가이드라인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시설을 떠나고 있다. 구인난이 심해질수록 뇌병변 등 손길이 많이 가는 최중증 장애인은 현장에서 기피 대상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텅 빈 건물과 서류상의 예산 수치가 장애인을 직접 돌봐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충남도가 추진하는 선도적인 복지 모델이 일회성 치적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장애인 돌봄의 진정한 표준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 시선을 ‘공간’에서 ‘사람’으로 옮겨야 한다. 시설이 없는 취약 지역에 우선적으로 인프라를 메우는 균형 발전 전략이 시급하다. 동시에 현장 실무자들의 처우를 현실화하고 최중증 장애인 맞춤형 돌봄 인력 배치 기준을 완화하는 등 실질적인 재정·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되어야 한다.

장애인 돌봄은 한 가정의 고통 섞인 헌신으로 버텨내는 독박 책임이 아닌, 지자체와 공동체가 나누어 가져야 할 당연한 의무다. 충남도가 화려한 하드웨어의 성과를 넘어, 현장의 실무자와 장애인 가족의 삶까지 따뜻하게 보듬는 질적 성장을 이뤄내기를 기대한다. 진정한 복지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가장 소외된 이의 일상이 안전하게 지켜지는 그 조용한 순간에 완성되기 때문이다.

충청남도, 장애인주간보호시설, 발달장애인 돌봄, 충남 장애인 복지, 사회복지사 처우

edit_note 발달장애인 관련 칼럼 투고 후 선정 시,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합니다. 문의는 하단 '정보수정 및 문의'를 이용해 주세요.